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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생, 품격있게 살아가려면

기사입력 201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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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위즈덤하우스, 2012)


박범신의 소설 「은교」를 읽어보셨습니까? 아니면 영화로 보셨습니까?
소설 속의 노시인은 한마디로 청교도적으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싱싱하게 젊고 순결한 18세 소녀에게 강하게 끌립니다. 봄 여름 가을을 다 살아낸 늦겨울 고목 같은 자신의 몸 속에도 뜨거운 열정이 있음을 발견하고 번민합니다. “너희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항변해보기도 합니다.
주말마다 들르곤 하는 동네 책방에서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소설 속의 이적요 시인이 연상되었습니다. 품격 있게 사는 노년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랄까요.
2010년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1.2%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유엔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니 ‘고령사회’가 멀지 않았습니다. 우스갯소리로 ‘65세까지는 청년회 가입대상’이라는 말도 긴가민가한데, 실제 노후생활은 어떻게 맞아야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2012년 현재 기대수명이 남자는 77.6살, 여자는 84.5살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은퇴가 없는 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많지만, 대략 나이 예순 전후에 직장에서 은퇴하는 것을 기준 삼을 경우 대략 20여 년의 여생이 주어집니다.
선진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품위 있게 사는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선진국인가 보다 생각하고 우리들의 미래도 저래야 된다고 믿게 됩니다. 만약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립한다면, 은퇴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착실히 대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노년을 ‘지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따집니다. 신체 중에서 뇌는 늙음을 거부하는 유일한 장기이며, 두뇌를 지속적인 자극과 활력 아래 두면 노화가 늦춰진다는 것입니다. 배움을 이어가며 그 안에서 깨우치고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최고의 여생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입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몸을 혹사하지도 않겠지요. 뇌세포는 하루에 10만 개씩 줄어든다는데,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하듯이 독서는 뇌세포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정신적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
반면 지적인 자극을 포기할수록 뇌의 노화속도는 빨라집니다. 지난 2000년에 86세로 작고한 미당 서정주 시인은 말년에 세계의 명산 이름을 높이순서대로 외우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러시아어 공부도 새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적 자극을 통해 지력과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입니다.
저자는 ‘장년에 뿌린 씨앗, 노년에 열매 맺는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장년의 시기에 알차게 준비하면 은퇴 이후 노년의 삶 또한 외롭거나 무의미하지 않다고 역설합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저로서는 이 말을 가장 큰 교훈으로 받아들입니다. 노년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보게 된 소득과 함께, 미구에 찾아올 인생의 겨울을 풍요롭게 맞기 위해서 이 여름, 청춘의 시기를 최선을 다해 힘껏 살아내기로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 김 정 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원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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