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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와 인생의 함수관계

기사입력 2012.12.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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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배 세종소방본부 방호구조과 지방소방위 -



□ 세종소방본부는 대응조사 분야 화재조사 담당자를 유자격자로 전면 재배치했다. 화재조사관 자격증 소지자나 중앙소방학교에서 전문교육을 이수한 직원들로서 나름대로 화재조사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돼 세종소방의 화재조사 업무에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생각된다.

○ 필자 또한 수 년 간 화재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화재조사와 인생’의 함수 관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 화재와 우리의 인생과는 많은 점이 닮아 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화재 또한 아무런 원인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 소방에서 흔히 말하는 화재의 3요소와 인생을 서로 비교해 보자. 먼저 화재의 3요소는 가연물, 공기(산소), 점화원(열) 등으로 이것 중 1개라도 없으면 화재는 발생하지 않는다.

○ 우리 삶은 꿈으로 인해 태어나, 꿈을 위해 노력하고, 꿈을 이루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중에서도 남녀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수 많은 화재현장에 남겨진 패턴과 무관하지 않다.


□ 화재 관련 용어 중 ‘플래쉬 오버’ 와 ‘백 드래프트’가 있다.

○ 먼저 ‘플래쉬 오버’는 화재 성장의 한 단계로, 화재에 의해 발생된 열이 건축물 내에 축적돼 그 주변의 모든 표면과 물체들이 연소되기 쉬운 상태에 이르렀을 때 순간적으로 강한 화염을 분출하면서 내부 전체가 한꺼번에 타오르기 시작하는 화재이다.

○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이것과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우리가 흔히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만났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쩌면 오래 전부터 꿈꿨던 사랑이 무의식중에 잠재해 있다가 한 줌의 재가 될 정도로 뜨겁게 만나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 ‘플래쉬 오버’가 사랑이라면 ‘백 드래프트’는 이별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백 드래프트’란 열기폭발이나 연기폭발처럼 순간적으로 대량의 공기가 화재가 발생한 실내로 유입돼 고온의 연기 및 가스가 폭발하거나 급속하게 연소하는 현상이다. 우리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진압을 위해 문을 열다가 일순간 밀쳐 나오는 압력에 부상을 당하곤 한다.

○ 이는 남녀가 이별할 때 나타나는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면서 분노와 함께 외로움을 안으로만 삭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밖으로 분출해 모든 게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이별과 흡사하다.

○ 이렇듯 화재와 삶은 너무나 다른 듯 보이지만 공통점이 많은 함수 관계가 성립된다고 하겠다.


□ 그렇다면 왜 우리 소방에서는 화재조사를 본연의 소방업무로 판단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화재조사의 궁극적 목적인 화재원인을 조사해 향후 같은 사례의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행정의 자료로 삼고자 함이다.

○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진천군 관내 오리농장에서 생석회 취급부주의로 인해 자연발화 된 화재 사건이 있었다. 이때 모 방송사에서 ‘과연 생석회에서 자연발화가 될 수 있냐’고 화재조사관에게 의문을 제시하더니 결국 각종 실험과 증빙자료를 통하여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9시 지방 뉴스에 보도해 생석회의 취급 및 위험성을 농가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 소방이 화재를 조사하는 진정한 이유다.


□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어떤 화재가 나를 부를지 모르듯 남은 인생 또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새로운 미래이기 때문에 분명 도전하고 개척해 나갈만한 가치 있는 화재조사 업무와 인생으로 꾸준히 승화시켜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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