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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산책] 신원사 가는 길 - 눈 사람 [오혜경]

기사입력 2022.12.1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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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경과 동창친구들. 사진=오혜경.]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육감을 지녀야 한다. 사람의 인연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인연으로 엮여있다.

그리워하는데도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서도 서로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대하고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기 마련이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인연-피천득]"

이는 2022년 12월의 어느 날, "12월의 오늘은 좋은 글로 문을 여네요"라며 오혜경 귀산초 26회 동창 이 '피천득 의 인연'을 친구들에게 '오늘도 화이팅!'하며 전한 행복의 메시지다.  

오혜경의 주옥같은 글 3편이다.[편집자 주]


1. 신원사 가는길 [오혜경]

노오란 은행잎 어느 여인의 치막 자락으로 덮힌 아름다운 길가을 바림에 국화꽃 향기 가득했건만 캄캄한 길 밝혀줄 달빛은 없었다네.

설레임으로 가득채웠던  봄날들이 사라질때 막막하던 시간들은 흔적으로 남고

그래도 고향 땅 그곳엔ᆢ졸졸졸 시냇물흐르고  사계절  지나는 정겨운 소리 들린다. 네 타향에서 속절없이 지나온 시간들 그래도 저래도 고향땅에 누워보네.


2. 동창회 - 그리움으로

우리 인생은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것과  같다.
귀산초등학교라는 큰나무 아래서 봄이면 아름다운 새싹이돋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이 태양을 막아주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수를 놓으며 겨울이 하얀 눈으로 힘든 마음을 녹이리라.

바람이 불면 나무에 기대어 잠시 쉬고 천둥이 치면 나즈막히 몸을 낮추며 잠시 쉬어가며 인생을 즐긴다. 모르는 것 보다는 아는 게 좋고, 아는 것 보다는 똑똑한 게 좋고, 똑똑한 것 보다는 즐기는 게 좋다더라.

슬픈 일이 건 좋은일이 건 즐겨라. 그러면 운명이 비켜서 간다. 잠시 쉬어가는 인생은 행복이란 두글자 내 곁에 있다. [오혜경]
 
 3. 눈  사람 [오혜경]

하얀 눈을 그대도 좋아 하나요. 흰눈이 펑펑 내리던날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 본적 있으신가요. 하늘위에서 잿가루처럼 쏟아지는 회색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길들이 사리지고 길가의  나무도 사리지고 지붕위 창문도 사라지고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갈때쯤 눈쌓인 불빛 사이로 눈 시림 하나가 살포시 미소 짓지 않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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