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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랑해요, 엄마 [유용숙]

기사입력 2023.05.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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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kaoTalk_20230504_220052709.jpg(유용숙 자유기고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름, 어머니는 드넓은 대지다. 어머니의 대지야말로 생명의 젖줄이다.
모든 걸 품을 수 있고, 내어줄 수 있는 그 너른 땅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끈끈하다. 어머니의 단어가 내포하는 따뜻한 느낌은 자연적이며, 끝없는 사랑의 위대함이다.

이유가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 모성은 내치는것이 아닌 오로지 수용하는데 그 본성이 들어있다.
분별심이 없으며 차갑거나 얼어붙은 것까지 녹여내는 건 모성이기에 가능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날짐승이거나 세상의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건 그래서 더없이 숭고하다.
 
어머니란 이름은 지극히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풀잎처럼 여린듯 하면서도 결코 흔들림 없으며 꿋꿋하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 모든 자식들은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커다란 나무로 성장했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추운 겨울에 시골에 들렀다가 엄마는 아주 오래전 젊어서 고생한 친구를 만나 보고 싶어했다. 30여년 흐른 세월앞에 읍내는 많이 변해 있었고 물어서 찾아갔다.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곤 친구와 엄마는 쌓인 얘기를 쏟아냈다.

한참 얘기를 하던중에 엄마 친구의 남편과 아들은 먼저 소풍을 떠났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티브만이 유일한 낙이더라고 하면서 눈가를 훔쳤다.

그 외롭고 헛헛한 마음을 자식이 매만져주지 않으면 무얼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머리는 흰눈이 내렸고 거동도 불편하고 누군가 부축해야만 되는 나이, 우리도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안다.

 더 늦기전에 서둘러야 한다. 이땅의 어머니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아는가.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소소한 즐거움, 함께 햇살 좋은 들녘으로 나가 봄날을 만끽해 보는 행복감, 어머니는 옆에 자식이 있는것만으로도 만족해하신다. 더 많은 걸 바라지도 않으신다.

이제 몸도 마음도 한없이 헐거워진 어머니, 다리 성성할 때 여행 한 번 가는 것도 꼭 해볼 일이다. 나중에 해야지 뒤로 미룬다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

모든 맘먹었을 때 바로 지금이 가장 좋을때이다. 눈도 귀도 어두워지고 느려지는 나이, 바람은 휑하니 옆구리를 파고든다. 이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자신의 삶은 뒷전이다. 제. 색깔로 살아본적이나 있었을까. 가만가만 잠든 어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볼때가 있다.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하고 세파에 찌들린 저 가난하고 힘없는 모습은 그대로 뜨거운 눈물이 된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지만 역할을 바꿔 훈장을 달아 드려보는것도 좋겠다.

여직 무탈하게 잘 보낸 모두의 삶을 위해서 그리하여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은 길을 미소지으며 갈 수 있도록, 아, 다시 오월이다.이번 오월은 내 시간을 나눠드리는 날로 정하면 좋겠다.

책임과 의무가 아닌 의례적인 날이 아닌 연인을 만나러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가는거다. 너무 진부해서 식상한 사랑,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결이 다르다.
 
화려하거나 아름답게 빛나는 인생을 살진 않으셨어도, 그 이면엔 그래도 퍼올릴 수 있는 샘물이 남아 있다. 마르지 않는 모성이라는 샘, 힘들고 기댈데가 없어도 어머니의 품만 있으면 다시 기운을 얻는다. 살아갈 힘이 솟구치는 것이다. 가냘프고 마른 몸은 위태롭고도 안쓰럽다.

삭막하고 건조한 도시에서의 삶에 쫓긴 사람들, 무슨날이 아니더라도 가끔 찾아가 안겨보는 시간을 내어보면 어떨까? 

어머니, 어머니란 이름. 가장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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